美교포청년 의로운 죽음…주민들 “영웅” 애도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10분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가 부상해 끝내 숨진 재미교포 조너선 우 씨(왼쪽)와 그의 사연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캔자스시티 스타’ 12일자(오른쪽). 이 신문은 8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우 씨의 미국인 부인 사진과 함께 “나는 태어날 아기가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기 바란다”는 그녀의 말을 제목으로 실었다.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가 부상해 끝내 숨진 재미교포 조너선 우 씨(왼쪽)와 그의 사연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캔자스시티 스타’ 12일자(오른쪽). 이 신문은 8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우 씨의 미국인 부인 사진과 함께 “나는 태어날 아기가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기 바란다”는 그녀의 말을 제목으로 실었다.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 숨진 재미교포 청년의 의로운 죽음이 미국을 감동시키고 있다.

미국 미주리 주 일간지인 ‘캔자스시티 스타’는 9일 “지난달 20일 미국인 여성의 지갑을 빼앗아 도망가는 소매치기를 뒤쫓다 부상한 조너선 우(29) 씨가 8일 오후 오버랜드 파크 메디컬센터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 씨를 ‘영웅(hero)’이라고 표현했다.

우 씨는 대구에서 출생한 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 우 씨의 한국 이름은 ‘우홍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캔자스시티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뒤 ‘플랫폼’이라는 광고회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해 왔다.

신문에 따르면 우 씨는 지난달 20일 캔자스시티 인근인 캔자스 주 올레이서의 한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빼앗긴 루스 펙(60·여) 씨의 비명을 듣고 범인을 뒤쫓아 달려갔다.

그는 도주하는 범인의 승용차 안까지 들어가 격투를 벌였으나 범인이 우 씨를 차량에 매단 채 차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차량과 건물 사이에 끼여 중상을 입었다. 우 씨의 용기에 힘을 얻은 다른 행인들이 합세해 범인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우 씨는 심한 내출혈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우 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펙 씨는 거의 매일 병문안을 왔다.

펙 씨는 우 씨가 숨지자 “병상에 있는 그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며 편하게 해줬다. 그는 떠났지만 내 마음에는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펙 씨는 지금 우 씨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 씨의 미국인 부인 스테파니 씨는 8월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이웃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스테파니 씨는 12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너무나 아빠가 되고 싶어 했다”며 “나는 그가 너무 자랑스럽고, 태어날 아이도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우 씨의 살신성인을 성경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에 비유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이 신문 웹사이트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쇄도하고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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