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잘한다” 응원석의 여성들…26년만에 남자경기 관전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코멘트
8일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 대 바레인의 경기가 열린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후반 3분 이란 선수의 슛이 골망을 가르자 검은 히잡(머릿수건)을 쓴 100여 명의 여성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승리로 이란은 독일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이란 여성들은 남성 경기 관전 금지라는 금기를 깨고 ‘아자디(페르시아어로 자유를 의미)’를 얻었다고 9일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이란 정부는 거친 욕설을 내뱉는 남자 선수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성이 남성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여자들이 함께 있으면 함부로 고함치거나 상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금지 철폐를 요구해 왔다.

이란 여성들이 남자 축구경기를 처음 관전한 것은 4일(한국 시간) 이란과 북한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이는 17일 대선을 앞두고 여성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20여 명의 여자축구선수들과 여성축구기자들을 초청한 일종의 이벤트였다.

경기에 초대받지 못한 26명의 여성운동가들이 8일 ‘그녀들만의 잔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여성들도 즐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뚫고 경기장에 진입해 경기를 관전한 것. 보안요원과의 충돌로 다친 한 여성운동가는 “다리가 부러진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는 금기를 완전히 부술 차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보수적인 남성들은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여성들에게 영합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경기가 끝나자 젊은 남녀들은 한데 어울려 춤을 추며 이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흥분한 일부 여성은 히잡을 벗어던지기까지 했다. 축구가 정치적 해방구를 만들어 준 셈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