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당 100만달러에 팝니다”…러, 편법거래 성행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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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을 1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당원 수는 1만3000명밖에 안 되지만 총선에 두 번이나 참여해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인 것 같다.”

러시아 대통령 후보와 하원 부의장을 지낸 일본계 여성 정치인 이리나 하카마다 ‘우리의 선택당’ 당수는 최근 이런 고백을 했다.

인수 희망자는 당의 자산, 조직, 당직자, 당원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는 ‘턴키방식’을 제의했다고 한다.

하카마다 당수의 발언을 계기로 요즘 러시아 정가에선 “정당을 과연 기업처럼 사고 팔 수 있느냐”는 논란과 “매각이라도 할 수 있는 자산이 있으면 좋겠다”는 군소정당들의 푸념이 나오고 있다.

정당 매매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은 군소정당의 강제 정리와 함께 창당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옛 소련 붕괴 이후 수백 개의 정당이 난립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5만 명 이상의 예비 당원을 확보해야만 정당 등록이 가능토록 하는 정계개편을 시도했고, 몇몇 거대 정당을 제외한 군소정당들은 당원 확대 등 생존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당 대 당 통합이건 해산을 통한 창당이건 새 정당을 출범시키는 데 평균 200만∼300만 달러가 든다는 계산이 나오자 재정적 여유가 있는 정당들 사이에선 ‘괜찮은’ 기성 정당을 아예 통째로 사버리자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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