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남아시아 ‘쓰나미 동맹’ 과시

  • 입력 2005년 1월 10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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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津波)이 발생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2월 28일.

미군 장교들로 구성된 재난구호팀은 태국 유타파오 공군기지에 도착해 곧바로 피해구제통제센터를 설치했다. 미군이 다른 나라의 군보다 비교적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장기간에 걸쳐 남아시아 진출 계획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0일 전했다.

▽미군과 남아시아 국가의 군사협력 현황=태국은 미국과 연례합동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필리핀, 몽골도 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피해구제통제센터를 설치한 미군도 당초에는 이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파견된 인력들이었다.

지난해 스리랑카에서 개최된 미 해병대 주관의 ‘폭동진압용 비살상무기 사용법에 관한 세미나’에는 남아시아 지역 13개국의 장군과 대령들이 참석했다. 미국과 인도는 포격훈련 참관단을 상호 교환했고, 미국에 비판적인 말레이시아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군에 공중급유 기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은 1992년 필리핀 상원의 미 주둔군 철수 결정에 따라 수비크 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폐쇄한 뒤 남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전략을 구축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 도약대’ 역할을 해온 필리핀 기지들이 없어지자 뭔가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남아시아 각국의 군사 협력관계는 현재 ‘베트남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군의 새로운 접근=미군은 이제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건설하지 않는다. 다만 군사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할 뿐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파야 레바 공군기지는 미 공군의 단기 교체를 위한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AWSJ는 “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군의 새로운 접근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지가 아니라 장소(Places not Bases)’라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 관계자는 “미군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효과적으로 운영됐다”며 “당시 작전지역에 투입된 물자와 장비의 75%는 남아시아 지역의 기지들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 관계자는 “남아시아 각국과 미국이 발전시켜온 군사협력 관계가 이번 지진해일의 피해를 본 남아시아 국가에 미군을 신속하게 투입하고 구호활동을 벌이는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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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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