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기자 푸케트 현지르포]천국과 지옥이 한곳에…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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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津波)이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째인 28일. 태국 남쪽 휴양지 푸케트의 상황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와 달리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투명하게 파란 바닷물과 아수라장이 된 해변 상점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천국과 지옥을 한곳에 모아 둔 것 같았다.》

특히 피해가 심한 곳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푸케트 서쪽의 파통 비치. 6km에 이르는 해변을 빽빽이 메웠던 파라솔과 등받이 의자는 모두 사라졌고 대신 사망자를 옮기는 군 헬기만 부지런히 백사장 위를 돌아다녔다.

해변 상점과 식당은 창문이 모두 깨져 있었다. 쓰나미에 떠밀린 승용차가 건물 안쪽으로 머리를 처박은 모습도 흔했다.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버린 노점상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리어카는 박살났고, 준비해 둔 음식 재료는 모두 버렸으며 손님도 뚝 끊겼다.

마스크를 낀 군인들은 뒤집힌 승용차를 세우며 돌무덤에 깔린 사람들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중기 없이 사람의 손으로만 작업을 해 진도는 더디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이 즐기던 해변에는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해변 가까이에 있는 메르디앙 호텔도 1층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야외수영장은 오물로 뒤덮였다. 지배인은 “물과 전기 공급이 끊겨 투숙객을 모두 내보내고 있다”면서 “언제쯤 손님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타 비치 리조트’에 투숙한 스웨덴 관광객 아그네타 구스타프손 씨(52·여)는 “26일 오전 10시경 갑자기 바닷물이 300m 이상 빠져나가더니 엄청난 파도가 호텔을 덮쳤다”면서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호텔 기둥을 붙잡고 버텼다”고 말했다. 29일 출국 예정인 그는 출국 날짜를 앞당길 수 없어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푸케트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병원이었다.

26일 피피 섬에서 부상한 한국인 10여 명이 입원했던 푸케트 방콕 인터내셔널 병원은 수용시설보다 20∼30% 초과해 환자를 받은 상태. 병실이 부족해 2층 휴게실에 매트리스를 깔아 간이침대 30여 개를 만들었다.

28일에도 응급환자가 쉴 새 없이 몰려와 병상은 모두 찼다. 다행히 한국인 부상자들은 28일 오전 모두 퇴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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