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해일]“수일내 전염병” 2차 대재앙 경고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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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과 해일 피해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동남아 및 서남아시아의 피해지역 주민들은 ‘전염병 창궐’이라는 또 다른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경 없는 의사회’는 27일 폐허지역에 장티푸스 말라리아 콜레라 등과 같은 전염병 확산에 따른 ‘제2의 대재앙’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대재앙의 위협=피해지역 곳곳에서는 이미 여기저기 널린 시신과 동물 사체들이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다. 이는 곧 식수 오염으로 이어져 수일 내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적십자사의 하칸 산드블라드 보건위원은 “최고의 위험은 각종 질병이 말라리아, 설사, 호흡기 이외에 더러운 물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며 “앞으로 수일 내에 전염병이 발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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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의사회도 상하수관의 파괴, 방역 및 보건 체계의 붕괴, 전염 매개체인 쥐와 모기의 기승으로 작은 풍토병이 대대적인 유행성 질병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해일 여파로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가 모기 등 벌레의 좋은 서식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고온 다습한 기후적 특성과 함께 열악한 공중위생 상태와 도로 및 통신 같은 기반 시설의 붕괴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식량난도 피해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진앙에 가까웠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아체 주는 3, 4일 내에 구호식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대규모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부산한 구호 활동=WHO를 포함한 유엔의 주요 구호기관 고위 관리들은 27일 전염병 발생과 피해지역 복구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네바 적십자사는 스리랑카에 현지 수습 팀을 파견하는 한편 소독 및 응급조치 반을 현지 병원에 급파했다.

얀 에겔란트 유엔 긴급구호조정관도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난의 제1파가 이미 수만 명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데 이어 제2파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식수 오염으로 수백만 명이 고통을 겪고 있으며 급성 호흡기 질환이 뒤따르게 마련”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총력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또 의사와 구호요원, 식량과 병원장비 등을 실은 비행기가 7개 피해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소속 재난전문가들도 28일 스리랑카와 몰디브에 도착해 활동을 펼치게 된다.

▽지뢰, 또 다른 위협=전염병 외에 해일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아체 주에선 매설된 지뢰가 떠내려가면서 현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27일 스리랑카가 이번 지진과 해일로 1972년부터 시작된 정부와 반군 간 내전 당시 매설된 지뢰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아체 주에도 반군이 게릴라전을 전개하면서 해안가를 중심으로 매설해 놓은 지뢰가 수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니세프는 “지뢰들이 물에 떠다니고 있어 지뢰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이는 생존자들에게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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