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양아 세계 雪原 정복…美스키스타 된 토비 수철 도슨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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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때 미국인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가 22년 만에 세계 정상급 스키 선수로 성장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지난해 시즌 월드컵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토비 수철 도슨(Toby SC Dawson·26·사진) 씨의 스토리를 상세히 소개했다. 도슨 씨는 3세 때 부산의 한 경찰서 앞에 버려졌으며, 1년 뒤인 1982년 3월 미국 콜로라도 주 베일에 사는 미국인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는 자신의 중간이름 ‘SC’가 ‘너무 멋지다(So Cool)’라는 뜻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지만 실은 부산의 보육원에서 6개월 동안 지낼 때 불리던 ‘수철’의 영문 이니셜이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의 그는 미국에 온 뒤 몇 달 동안 밤마다 한국말로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그러나 내 가슴에 안겨 스키 슬로프를 내려올 때는 항상 즐거워했다”고 양아버지 마이크 도슨 씨는 회상했다.

4세 때 양어머니 데보라 도슨 씨가 이끌어 주는 어린이용 스키를 타기 시작한 그는 1주일에 4, 5일을 하루 종일 엄마와 스키를 탈 정도로 스키를 즐겼다. 6세 때 알파인 경주에 처음 나갔고 집 근처에서 열린 월드컵경기를 구경하며 자랐다.

9세 때 활강을 즐기기 시작한 그는 18세 때 미국 대표팀 후보가 돼 1999년 월드컵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올해 2월에는 한국의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2004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선수권대회에도 참가했다.

양어머니 데보라 씨는 그를 돌보는 데 전념하기 위해 스키강사도 그만뒀다. 그가 외로워할까 봐 그를 입양한 지 1년 뒤 KC라는 이름의 한국 아이를 입양해 함께 키웠다.

그는 성장하면서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양부모는 두 한국인 아들에게 출신 배경을 모두 얘기해 주고 “뿌리를 잊지 말라”고 가르쳤다. 덴버까지 가서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사오고 한국인 아이들 모임에도 보냈다.

그는 여러 차례 한국에 다녀왔고 한국말도 조금 배웠다. 이제는 입양아 가족들을 위한 한국 캠프 상담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입양아들을 도울 정도가 됐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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