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戰後작전도 없이 이라크 쳤다”…전쟁계획 전문가 보도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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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연구가인 현역 미군 소령이 미군의 이라크 전후(Phase IV·4단계) 계획 준비 부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이라크 자유 작전 전략기획자로 참여했던 이사이야 윌슨 소령은 코넬대에 제출한 ‘준비되지 않은 미군의 전쟁계획’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미군이 전후 계획인 ‘4단계 계획’을 마련한 것은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7개월이 지난 2003년 11월”이라며 “미 군정당국은 초기 2∼3개월을 허송세월함으로써 모멘텀(재건 기회)과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미군의 전쟁계획은 단계별로 △1단계-전투 준비 △2단계-초기 작전 △3단계-실질적 전투 △4단계-전후 치안 및 질서 유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4단계를 준비하지 않은 채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분석 논문이 이라크전에 관여한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기소장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비슷한 비판이 많았지만 윌슨 소령의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군 내부에서 일급비밀을 취급하며 실제 이라크 전쟁계획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현역 군인이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2003년 4∼6월 ‘이라크 자유 작전’의 스터디그룹에 소속된 연구원이었고, 7월부터는 이라크 북부에 주둔한 미 101공중강습사단의 ‘기획 참모(war planner)’로 활동했다.

그는 “전후 준비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군 사령관들이 이라크의 전략적 환경을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연발했다”면서 “미국은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던 전쟁에서 패배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 때문에 이라크 과도정부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저항세력의 끝없는 자폭 테러에 시달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에 투입된 미군의 부상자 수는 1만 명이 넘으며 2년간 사상자 숫자가 베트남전 초반 4년보다 많은 실정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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