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흔들리는 美권위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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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전 세계인의 관심은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 4년에 비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거나, 좀 더 유연해질 것이라는 등 상반된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새 행정부가 내년에 출범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어떠한 예측도 충분한 근거를 갖지는 못한다. 하지만 예측 자료가 완전 제로인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권위의 ‘상황적 취약성(situational weakness)’에 직면해 있다. 이는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미국 권위의 ‘상황적 취약성’은 미국이 이라크와 중동 이슬람 세계에서 심각한 어려움과 거대한 도전에 빠져 버린 상황을 말한다. 미국의 동맹체제, 정치적 신망과 도덕적 영향력, 군사자원과 전략적 역량, 국가안보 전략과 대외정책에서의 국내 응집력과 공감대, 정부와 엘리트 계층의 자신감 및 정책의 명확성 등 모든 것이 이라크전쟁으로 인해 크게 손상되고 약화됐다.

‘상황이 사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대체로 입증된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과 신보수주의 정치참모들의 국제정치 이념이나 전략적 신념보다 앞으로 미국 권위의 ‘상황적 취약성’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미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라크를 ‘평정’하는 어려운 작업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다. 대규모 미군을 상당기간 주둔시키면서 이라크군과 경찰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지지기반과 정책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이라크 새 정권을 강화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언제 성공해 이라크가 안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북한 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철저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전부를 얻겠다’는 방침을 계속 견지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그래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핵 문제는 장기간 ‘전무(全無)의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중국과 한국이 북한의 동결과 보상을 통한 ‘부분해결’ 방식을 일정 부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미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 핵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대단히 강경한 방식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란의 반미 이슬람 정부가 핵 확산의 주요 원천이며 이라크와 중동의 안정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문제에서 미국 권위의 상황적 취약성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주요 강대국들이 미국의 무력 해결 방식에 강력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은 반미감정이나 게릴라전 수출 등에서 이라크의 대미 보복능력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 증대와 미국 권위의 상황적 취약성은 대만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기본 출발점이 되고 있다. 미국은 대만 독립이 중-미간 군사충돌로 이어져 자국의 근본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부시 대통령과 정책 엘리트들 사이에 ‘일방적으로 양안(兩岸) 현상을 파괴하는 것은 대만’이라는 이른바 ‘천수이볜(陳水扁)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대만에 불리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미국 방침이 2002년 이래 더욱 명확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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