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비판 네덜란드 감독 피살

  • 입력 2004년 11월 3일 16시 21분


코멘트
이슬람교의 여성 차별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 뒤 살해 위협을 받아왔던 네덜란드인 감독 테오 반 고흐(47)가 2일 암스테르담에서 살해됐다.

그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를 주로 만들어 '네덜란드의 마이클 무어'로 통하던 감독이다. 그는 또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인 테오의 증손자라는 점에서도 세인의 주목을 끌었던 인물.

고흐 감독은 이날 대낮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범인이 그를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른 뒤 시신 위에 메모를 남겼다고 밝혔다. 살인 용의자는 26세의 네덜란드, 모로코 이중 국적자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입고 체포됐다.

문제의 영화는 8월말 방영된 '복종'이라는 TV 영화로 친척에게 성폭행당한 뒤 강제로 결혼하는 한 이슬람 여성의 고통을 묘사했다. 이슬람교도들은 영화에서 여배우가 속이 비치는 옷을 입고 출연한다는 점과, 몸에 코란 경전 내용이 새겨져 있다는 점 등에 분노를 표시했다.

영화가 방영된 뒤 고흐 감독과, 대본을 쓴 소말리아 출신 의원 아이안 히르시 알리는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알리 의원은 "이슬람권에서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감춰진 폭력과 차별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대본을 쓴 동기를 밝힌 바 있다.

그 역시 10대 후반에 부모의 정혼으로 캐나다에 사는 남자와 결혼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캐나다로 가던 도중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결혼에 반발, 독일에서 남자를 뿌리치고 네덜란드로 향해 이곳에 정착했다.

고흐 감독의 살해 소식은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로 이어졌다. 암스테르담 시민 수천 명은 이날 저녁 시내에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손상됐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