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美대선]美언론 아찔한 ‘오보의 추억’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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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첫째가 되기보다는 정확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빌 휘틀리 NBC 뉴스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선데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ABC, CBS, NBC, CNN, FOX뉴스, AP통신 등 6개 언론사가 ‘국가선거풀’을 구성해 투표 결과를 공동 보도하기로 한 배경 설명이었다.

치열한 속보 경쟁의 상징인 미국 언론들은 2004년 대선에서 ‘신속’보다는 ‘정확’을 선택했다. 이번 대선이 역사상 유례없는 박빙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특히 2000년 대선 당시 많은 방송사와 신문이 오보를 내 망신을 샀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보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2000년 11월 3일 새벽 개표 방송을 하던 ABC의 피터 제닝스는 “끔찍한 재앙이 없는 한 조지 W 부시 후보가 차기 대통령입니다”라고 성급하게 보도해 최종 승자가 확정될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또 CBS는 플로리다 주의 승자를 앨 고어 민주당 후보라고 보도했다가 정정 보도를 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AP통신이 대선은 물론 상하원의원, 주지사, 주의회의원 선거의 모든 개표 집계 결과를 독점 공급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선거에서는 개표 결과 집계기관이 2곳이었으나 2000, 2002년 선거에서 문제가 드러나자 올해에는 AP가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국가선거풀’은 미토프스키 인터내셔널과 에디슨 미디어 리서치가 실시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할 예정이다. 또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는 주에 대해서는 투표가 마감되기 전까지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 2000년 플로리다 주에서는 서북부지역 투표 마감 전 출구조사 결과가 보도돼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ABC는 출구조사 결과 두 후보의 지지율 차가 1%포인트 미만이면 아예 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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