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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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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단 예술고문인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이 상쾌한 마지막 화음을 울렸다. “브라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환성이 터졌다. 열광한 도쿄 팬들은 ‘마에스트로’를 거듭 무대 위로 불러냈다. 뒷줄의 노부부가 속삭였다. “고급차를 탄 것 같군. (연주가) 편안하고 호화로워.”
옆자리에 앉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에게 정씨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를 물었다. “그의 음악은 철두철미 자연스럽다. 무엇이든 먼저 자기 고유의 자연스러움으로 소화한다.”
정씨와 마이스키씨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날 나루히토(德仁) 일본 황태자와 협연하는 ‘한일 우호 특별기념 콘서트’ 리허설을 위해 차에 올랐다.
이에 앞서 2일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홀에서는 마이스키씨와 정씨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렸다. 정씨는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연주한 드뷔시의 소나타 d단조에서는 힘과 기교가 충분히 뒷받침된 데서 나오는 여유 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정씨는 이들 연주회를 포함해 7, 8월 중 일본에서만 무려 19차례의 연주회를 펼친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비제 ‘카르멘’을 선보일 오페라 지휘자로, ‘정 트리오’의 일원으로 ‘일본의 여름’을 만난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음악 팬들도 까다로워졌어요. 쿠르트 마주어나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의 연주회도 때로는 40%밖에 청중이 들지 않죠. 그러나 마에스트로 정의 연주만은 항상 만원입니다.”
정씨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맡은 비바체 사의 하세가와 준이치 사장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이렇듯 인기가 폭발적이다 보니 음악지 ‘겐다이온가쿠(現代音樂)’ 올 봄호는 ‘정씨의 인기는 무엇 때문인가’를 다루는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결론은 “역시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라는 데 모아졌다.
‘정교하지만 얌전한 연주를 펼치는 일본 악단원들이 공격적일 만큼 과감한 소리를 표현하게 만든 주인공’. 그에게 쏟아지는 일본인들의 찬사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도쿄=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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