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내가 임명한 판사가 날 심판하나…”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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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라크 특별재판소 피고인석에 앉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시종 판사의 신문을 반박하고 훈계하는 등 재판을 리드했다. 7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법률 서류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재판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판사와 후세인의 일문일답.》

―당신의 전직은 이라크 대통령인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다. 이것은 이라크 국민의 뜻이다.”

―당신은 해체돼 소멸된 바트당의 당수이며 전 이라크군 총사령관이다. 거주지는 이라크다. 당신 어머니의 이름은….

“소바다. 당신 또한 나에게 자신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사담씨, 나는 이라크 중앙법원의 신문판사다.

“당신이 신문판사라고? 어떤 결의안, 어떤 법이 이 법정을 만들었는가.”

―(마이크를 끄고 판사가 뭔가 답변하자)

“옳아, 연합군이라고…. 그럼 당신은 이라크 사람인데 점령군을 대표하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이라크를 대표하는 이라크인이다. 난 전 정부(후세인)의 대통령령에 의해 임명됐다.

“그러니 당신은 연합군의 관할권 아래서 일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판사다. 나는 내 임무를 수행 중이다. 당신은 다른 시민과 마찬가지로 혐의점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혐의가 입증되면 당신은 처벌받을 것이다.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모든 피고인은 법정에 서기 전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법정이 아니다. 나는 당신이 이라크 국민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은 판사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사담씨, 이것은 (인정)신문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당신은 내게 변호인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당신 앞에 서기 전에 내가 변호인과 만나야 하지 않는가.”

―당신이 나에게 10분만 주면 형식적인 절차는 끝난다. 우선 내가 당신을 재판정에 세운 것이 아니다. 둘째로 대통령도 한 명의 시민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모든 시민은 법을 위반하면 법정에 서야 한다. 당신의 혐의를 기록한 이 서류에 서명하라.

“(7개 혐의 내용을 듣고) 쿠웨이트는 침략이 아니다. 이라크의 명예와 역사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쿠웨이트인들은 이라크 여자들을 10디나르(이라크 화폐 단위)짜리 창녀로 만들려고 했다.”

―당신은 법정에서 신문을 받고 있다. 당신에게 법정을 모독하는 발언을 허용하지 않겠다.

“이 혐의는 부당하다. 왜냐하면 내 행위는 사담 후세인이 대통령인 상황에서 시스템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당신이 이 서류에 서명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변호사가 입회할 때까지 어떤 것에도 서명하지 않겠다.”

―좋다. 당신은 시민으로서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서명해야 한다.

“변호사가 나올 때까지 서명하지 않겠다.”

―그러면 나가도 좋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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