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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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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 산하 국제뉴스 채널인 BBC월드의 메인 앵커인 닉 가우잉이 채널 프로모션을 위해 9일 1박2일 일정으로 내한했다. BBC월드는 200개국 2억5300만가구가 보는 채널.
그는 10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보 관련 청문회 뉴스를 진행할 때 BBC의 누구도 내게 ‘살살 하라’고 주문하지 않았고 내 양심대로 BBC에 가혹하면서(tough) 정권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품었다”고 품격 있는 영국 영어로 말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알 권리의 충돌에 대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자라고 신성한 게 아니다. 언론은 권력의 앵무새가 되지 말고 국민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BBC가 오랜 세월 변함없는 신뢰를 받는 이유는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은 BBC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카디프대 연구팀은 BBC가 영국의 4대 방송사 중 가장 반전적이지 않았다(least anti-war)고 분석했다. 우리는 그것으로 중도를 지켰다고 본다. 독일에서는 ‘정부의 주장대로 반전 보도를 하는 독일방송 대신 BBC월드를 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우잉씨는 또 다매체시대 공영방송의 위기에 대해 “상업방송들이 수지가 맞지 않아 뉴스를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는 국민의 알 권리에 계속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에선 연간 116파운드(약 24만 5800원)의 수신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는 게 사실. 그는 “수신료 제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지만 수준 높고 공정한 보도를 유지하는 게 수신료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국내 방송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강연 ‘실시간 위기와 새로운 실시간 갈등(Real Time Crises, New Real Time Tensions)’에서 통신 및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21세기 실시간 보도시대에 언론 보도의 영향력이 커지는 대신 오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우잉씨는 영국 민영방송 ITN에서 18년간 외교 및 안보 분야 전문기자로 활동하다가 96년 BBC월드로 옮겼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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