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D-1]‘이라크 파병’ 최대 선거이슈

  • 입력 2004년 6월 8일 19시 07분


《10∼13일 유럽연합(EU) 각국에서는 732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EU의 정책을 결정하는 의원을 뽑는 선거지만, 한편으로는 유럽 각국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가진다. 지난달 1일 EU에 새로 가입한 10개국을 포함해 25개국 유권자 3억5000만명이 투표에 나선다.》

▽화두는 이라크=로이터통신은 유럽의 이라크 파병국 정부들이 이번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라는 ‘악재’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의 파병에 반대했던 자유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통적으로 노동당, 보수당 양당 구도인 영국에서 자유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22%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와 헝가리의 야당은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을 선거운동 포스터에 이용하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페테르 메드제시 헝가리 총리가 정치적 패배를 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 야당인 사회당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며 정부의 친미 정책을 공격했다.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은 오스트리아의 극우 자유당은 폴란드가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EU의 경제지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독일 프랑스 정부는 긴장, 스페인 정부는 여유=이라크전쟁에 반대한 정부라고 해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독일 집권 사민당과 프랑스 우파 정권은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독일 사민당은 25∼30%의 지지율에 그친 반면, 야당인 기민당연합은 48%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도 야당이 우세하다. 제1야당인 사회당이 29%, 녹색당이 8%, 공산당이 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18% 지지에 그쳤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현 정권이 경기침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느긋하다. 3월 총선에서 집권한 뒤 이라크에서 철군한 스페인 사회노동당 정부는 ‘두 번째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유권자는 냉담=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투표율이 4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의회 선거가 언제 치러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유권자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벨기에 국민이 76%로 가장 높은 투표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벨기에는 투표가 의무사항이어서 24%는 벌금을 내더라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유럽의회가 ‘한물 간’ 정치인들의 ‘마지막 일자리’라는 인식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9년 유럽의회 첫 직접선거의 투표율은 63%. 그러나 1999년 투표율은 49.8%까지 떨어졌다. 투표율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나타난다면 이번 선거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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