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美軍포로학대 비디오테이프 공개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55분


지금까지 알려진 이라크 포로학대 사진보다 더욱 생생하고 가학적인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이 공개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의 미군들이 이라크 포로를 학대하면서 찍은 비디오와 사진을 입수해 인터넷판에 올렸다.

비디오는 미군 병사들이 발가벗겨진 포로 주위에 모여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 병사가 뼈만 앙상한 포로의 얼굴을 강타하자 그는 무릎이 꺾이면서 주저앉는다. 발가벗은 포로 한 명은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수용소 바닥에서 질질 끌려 다닌다.

한 장면에선 5명의 이라크 포로가 나체로 머리에 두건을 쓴 채 자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수감자는 감방 창살에 손목이 묶인 상태에서 쉴 새 없이 창살에 머리를 들이받는다. 그는 결국 피를 흘리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미군 병사의 발치에 쓰러진다.

수감자가 바나나를 들고 항문 섹스를 하는 모습을 흉내 내는 사진도 공개됐다. 또 다른 사진은 재갈을 물리지 않은 군용견 앞에 쭈그리고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라크 포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미군 병사들은 자신들끼리의 섹스 장면을 찍어 놓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군 수사당국에 털어놓은 포로들의 증언도 입수해 소개했다. 증언에 따르면 포로들은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발가벗겨졌으며 수감기간 동안 대부분 발가벗은 상태로 지냈다.

일부 포로들은 이슬람교에서 금하는 돼지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도록 강요당했다. 여군 앞에서 자위를 하거나 변기에 담긴 음식을 꺼내먹도록 위협당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바그다드 공항 부근에 있는 비밀 포로수용소에서도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20일 조사에 착수했다. 미 NBC방송은 이같이 보도하면서 미군 정예부대인 델타포스가 포로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21일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이라크 포로 가운데 472명을 석방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