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10대 “올 여름 일자리 없어요”…사상 최저 취업률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25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사는 고등학생 피터 부즈(17)는 올여름 방학기간에 일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자동차 유류비와 보험료로 쓸 생각이었다.

“친구들 가운데 대다수가 아직도 올여름 아르바이트 할 곳을 찾지 못했어요. 올해 들어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졌습니다.”

올여름 미국의 10대 취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0대들 사이에서 원망 섞인 아우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USA투데이는 3일 보스턴 노스이스턴대의 노동시장연구센터 연구 결과를 인용해 2000년 45%였던 10대 취업률이 지난해 37%대로 떨어졌으며 올여름에는 이보다 더 낮은 수치로 곤두박질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노동시장연구센터 앤드루 섬 소장은 “올여름 10대 취업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며 “만약 성인 고용시장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으면 ‘불황 수준’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10대는 사치품 구입 등 단순히 용돈을 넉넉히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의 10대 취업전문사이트 ‘틴스포하이어’의 조사 결과 여름방학 중 일자리를 찾는 10대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으로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취업문이 좁아지자 곳곳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한 놀이동산이 구인광고를 내자 여름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9000여명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이 중 대다수는 10대.

10대들이 여름 일자리를 찾아 헤매게 된 것은 과거 10대들에게 여름 일자리를 제공해오던 미국 내 주요 도시 및 주(州)의 공공기관들이 재정상의 이유로 올해 지원액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 또 성인 실업률 증가를 의식한 기업들이 보통 10대 몫이었던 단순 노동직이나 서비스직을 실업상태에 놓인 성인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도 10대의 일자리 부족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제어드 번스타인 연구원은 “올여름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10대와 성인이 일자리 경쟁을 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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