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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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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상황인식=국방부와 백악관은 “현 상황은 소수 과격집단이 일으키는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7일 “나자프를 제외하면 이라크는 미군과 연합군이 잘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민병대 규모를 1000∼6000명으로 추정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이라크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봉기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소수 과격파’에 대해 무력으로 강경 진압한다는 방침은 이런 상황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주권 이양 일정은 확고하다”고 거듭 밝히는 것도 기존 정책을 바꿀 지경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AP통신은 “현지 미군 장교들은 알사드르 민병대 규모를 1만2000명가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현지 미군 지휘부와 현실인식에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무대책=미국 정부는 현재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말 중동에 친미 민주정권을 확산시킨다는 ‘대중동 구상(Greater Middle East Initiative)’을 내놨다. 이라크는 이 구상의 핵심 고리다. 따라서 이라크에서 노골적인 반미(反美)와 신정(神政)을 주장하는 세력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무작정 축출하는 것은 민심 전체를 돌아서게 할 수도 있다.
‘소수 과격세력’의 반발이라고 해도 이를 진압하는 데 추가병력 투입은 불가피하다. 일단 근무기간이 끝난 미군 2만4000명을 연장 주둔시킨다는 응급책을 내놨지만 미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조차 “지금의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부시 행정부는 곤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의 추가 파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른 파병국에서도 병력을 철수하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유엔의 동의 없이 전쟁을 시작해 국제기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군사동맹체를 통한 추가 파병도 쉽지 않다.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은 “부시 대통령의 대선 라이벌인 존 케리 상원의원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할 진퇴양난 상태”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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