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려인3세 세르게이 김 “軍경험이 조국애 일깨웠죠”

  • 입력 2004년 4월 4일 18시 04분


“군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한국이 나의 조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고교시절까지 18년간 러시아에서 살았던 고려인 3세가 최근 육군 부대에서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어 화제다.

육군 노도부대 신병교육대대에서 탄약관리를 맡고 있는 세르게이 김(한국명 김건·23) 일병은 고려인 3세로 지난해 9월 춘천 102보충대에 입대했다. 1998년 고려인 2세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한국은 그저 ‘할아버지, 할머니가 회상하는 나라’에 불과했다. 외모상으로는 한국인과 다른 게 전혀 없었지만 2001년 연세대 러시아 문학과에 입학한 뒤에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입영통지서까지 받았으니 걱정을 안 할 수 없었죠. 주변에선 한국 남자로서 당연한 의무이고, 앞으로 한국에서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입대 초기에는 ‘선임병’을 ‘손님’으로 잘못 알아듣는 등 부족한 한국어 실력, 훈련 과정의 육체적 고통, 군대의 독특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군대의 필요성, 그리고 그런 군대가 있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고 애국심도 생겼습니다.”

요즘도 한러사전을 늘 갖고 다니는 김 일병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완전히 마스터하겠다”며 “제대 후에는 러시아와의 무역 분야에서 조국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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