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대 중국 통상압력 거세다

  • 입력 2004년 3월 18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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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대 중국 무역 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대 중국 무역 관계에 대해 '견제'하고 나섰다. 미국은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에 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할 뜻을 보이는 한편, 노동자 단체까지 가세해 통상 압력의 수준을 높였다. 파스칼 라미 EU통상담당집행위원도 최근 '완전한 시장 경제' 지위를 요구하는 보시라이 중국 상무 부장의 요구를 거절해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미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7일자에서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이 조만간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중국을 WTO에 대해 제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WTO에 중국을 제소하는 것은 2001년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쟁점은 세제혜택. 중국은 현재 모든 국내외 반도체 생산업체에 17%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자국 기업에는 3~6%를 제외한 전액을 환급해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에게는 세제 혜택이 없어 결국 자국 생산업체에 이익을 주고, 수입 비중을 줄여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중국 세제 문제는 7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 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또 미국 최대 노동자 단체인 노동총연맹-산별 회의(AFL-CIO)도 15일 중국이 노동자 권리를 탄압해 미국의 무역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요구했다. 미국에서 노동자 단체가 USTR에 청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4개 노조, 1300만명 노동자를 대표하는 AFL-CIO는 "중국 정부가 노동자의 권리를 탄압, 대규모 저임금 노동시장을 창출했으며 이로 인해 70만명이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USTR은 이번 청원건에 대해 45일 안에 기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AFL-CIO의 청원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U도 불만=15일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중국을 '완전한 시장 경제(full market economy)' 국가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라미 위원은 "우리가 만족할 때에만 '완전한 시장 경제'를 인정할 것"이라며 중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라미 위원은 "가격과 비용은 국가의 힘이 아니라 시장 경제의 힘에 결정된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EU로부터 완전한 시장 경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통상을 하는 국가들은 중국의 국내 제조가 대신 '시장 경제' 국가의 자료를 토대로 덤핑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라미 위원은 EU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외국 기업에 불리한 중국의 법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 중국 무역 적자는 124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하며, EU는 550억유로(약 78조원)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반응=한편, 중국은 미국의 WTO 제소 움직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일 로이터 통신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방침이라고 중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신식산업부의 한 관료는 미국의 WTO 제소 방침에 대해 "지난해 우리는 반도체 수요의 80%를 수입했다"며 "얼마나 더 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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