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빛나는 설원-숲 누비는 日 기타시가 스키장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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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오프(Off) 브로드웨이’(상업성이 강한 브로드웨이 공연과 다른 예술성 및 상업성을 두루 갖춘 실험적인 소극장무대)가 있고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런던의 공연극장가)에 이스트엔드(런던의 오프브로드웨이)가 있듯이 일본 시가(志賀)고원(나가노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경기 개최지)에는 ‘기타시가(北志賀)고원’이라는 대안(代案)의 스키장이 있다.

시가고원은 21개의 수준급 스키장을 리프트시스템과 셔틀버스로 연계시킨 초대형 규모의 스키장. 이에 반해 코앞의 기타시가고원은 단 4개뿐인 소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시가 스키장의 인기는 높기만 하다.

이른바 대안 스키장이라 불리는 기타시가고원. 4개의 스키장 가운데 류오(龍王)는 ‘군계일학’이다. 스키장에는 길이가 무려 2.3km나 되는 로프웨이가 가설돼 산정과 능선, 계곡지역 등 세 개로 나뉜 스키지역을 하나로 연결한다. 덕분에 류오에서는 서로 다른 눈의 질과 풍광, 스타일의 세 스키장을 리프트 하나로 두루 즐기는 호사를 맛본다.

일단 스키를 들고 로프웨이(케이블카)로 류오산 정상(1930m)을 향했다. 케이블카의 실내가 워낙 넓어 물어보았더니 동시에 166명이 탈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단 10분 만에 오른 1770m의 상단역 스카이랜드. 아래 계곡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다. 눈을 뒤집어쓴 숲과 산으로 온 세상이 하얗다. 그 풍경에 감탄사가 터지는데, 눈을 돌리니 더 엄청난 것이 있다. 180도로 거침없이 펼쳐지는 기타알프스의 설산과 그 아래 계곡의 평야에 자리 잡은 나가노시내의 풍경이다. 스키어들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능선을 타고 계곡을 향해 길이 1320m의 기오토시 코스로 다운힐을 시작한다.

류오산 정상에 가려면 스카이랜드 역에서 언덕을 내려가 리프트를 타야 한다. 오로지 눈뿐인 적막한 산상에서 혼자 리프트에 올라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는 특별하다. 드디어 정상. 주효(樹氷·나뭇가지에 덕지덕지 얼어붙은 눈으로 모양을 알아볼 수 없게 변한 나무)가 숲을 이룬 선계(仙界)다. 트레일은 숲의 나무 사이로 나 있다. 이른바 트리스키(tree ski·숲의 나무 사이로 타는 스키) 코스다. 캐나다나 미국의 로키산맥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트리스키를 류오에서도 즐긴다.

정상에서 스카이랜드 역으로 내려오는 슬로프. 파우더(밀가루처럼 날리는 습기 없는 눈)상태의 자연설은 스키를 지치는 느낌 자체가 환상적이다. 회전마다 하얗게 날리는 눈발, 플레이트에 닿아 전해지는 폭신한 느낌. 진정한 스키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스카이랜드 역 안의 식당(샤롬)을 찾았다. 기타알프스와 나가노의 눈 덮인 풍경을 실컷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더 특별한 것은 심야에 설산 한가운데서 보석처럼 불빛을 밝힌 나가노시의 야경 감상이다. 토요일과 공휴 전날 밤에 로프웨이를 타면 볼 수 있다.

류오스키장(www.ryuoo.com)의 매력은 특성이 다른 세 스키 코스를 두루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상단(정상∼로프웨이 상단역)의 ‘자연설 천국’ 스카이랜드 지역, 하단(산중턱∼로프웨이 하단역)의 고속도로처럼 잘 정비된 밸리(valley) 지역, 그리고 밸리와 스카이랜드 사이 능선의 기오토시 코스(길이 1320m) 등이다. 밸리지역은 스키장으로서 더 이상 원할 것이 없다고 할 만큼 완벽한 슬로프가 자랑거리다. 폭 70m에 총연장 1760m의 직선 트레일은 스키어마저 별로 없어 중상급자가 마음 놓고 카빙롱턴과 익스트림 카빙을 즐길 수 있다.

●스키여행 패키지

주말에 운항하는 스카이마크항공사의 심야전세기를 이용해 44만9000원으로 기타시가 및 시가고원에서 1박2일간 스키를 타는 패키지(스키장 숙소 및 조석식 포함)가 나왔다. 심야전세기 여행은 C7, 8면에 나와 있다.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02-730-6166, 051-442-1541

나가노현 야마노우치마치=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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