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기자가 본 미국 치하의 바그다드 "안전지대는 불신지대"

입력 2003-12-29 18:38수정 2009-09-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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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기자들은 미군이 점령한 이라크를 어떻게 바라볼까. 요르단 일간 요르단타임스의 바그다드 주재기자 마이클 잰센은 25일 “바그다드엔 슬픔이 깃들었으며, 미국에 대한 불신감으로 가득하다”는 르포 기사를 썼다. 다음은 요약.

이라크인은 배꼽 위에 총을 올려놓고 잠이 든다. 혁명과 전쟁에 찌든 이라크 노인들은 옛날 왕정시대를 그리워한다. 현재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과 직업, 전기, 난방, 음식을 만들기 위한 석유가 전부다. 그러나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미국이 신경 쓰는 것은 미군과 이라크 관리뿐이다.” 이라크인들이 흔히 내뱉는 불만이다.

미군과 이라크 관리들은 높다란 콘크리트 벽 안에 숨어 있다. 미군이 바그다드에 설치한 ‘그린존(안전지대)’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세우고 있는 ‘분리 장벽’을 연상케 한다.

그린존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로 약 12km²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라크인들이 두려워 그린존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이라크인은 ‘경계 대상’일 뿐이다. 정작 보통 이라크 사람들은 그린존에 들어가지 못한다.

과도통치위원들은 미군과 이라크 국민 사이의 깊은 골을 메우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야심만 좇느라 혈안이 돼 있다. 아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 아야드 알라위 이라크국민화합(INA) 지도자,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족 지도자, 이란이 후원하는 이슬람혁명평의회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이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미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찰라비 의장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뒤 정치적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미군의 영속적인 주둔을 원하며, 석유자원 이용에만 관심이 있다.

18일 INC 기관지에는 찰라비 의장이 후세인을 단독 면담하는 사진이 실려 찰라비 의장의 지명도를 크게 높였다. 그러나 이 사진은 과도통치위원 4명이 후세인을 면담한 사진에서 다른 위원 3명을 지우고 단독 면담한 것처럼 조작됐다.

멀리 포탄 소리가 들린다. 바그다드는 슬픔에 젖어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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