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시리아 초강경 경제제재…상원도 법안 통과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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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슬람권의 맹주인 시리아에 대해 ‘초강수’ 경제 제재 조치를 들고 나섰다.

최근 시리아가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게릴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시리아는 이미 25년간 미국의 각종 경제 제재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으로 이슬람권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과거보다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강경한 미국 분위기=미 상원은 11일 ‘시리아 책임·레바논 주권회복 법안’을 찬성 89, 반대 4 등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법안은 10월 하원에서도 찬성 398, 반대 4로 통과됐다. 법안은 상원이 수정한 조항을 하원이 추인하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이 법안은 시리아에 대해 테러 지원 중단과 13년간의 레바논 무장점령 종식, 대량살상무기 및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확보 및 생산 중지, 테러범과 무기의 이라크 진입 차단 등을 이행하도록 요구했다. 시리아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시리아가 이를 거부하면 미 대통령은 군사용 전환가능 품목의 판매금지와 대(對)시리아 수출 중단, 시리아 기업의 미국 내 활동 불허, 시리아 외교관들의 활동 제한, 시리아 항공기의 이착륙 금지, 시리아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상원은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 초안 중 대통령이 제재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재량권을 넓혔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시리아가 헤즈볼라와 이슬람 지하드 등 무장조직들을 지원할 뿐 아니라 이라크에 잠입해 미군을 공격하고 있는 외국 전사들에게 통행로를 제공해 주고 있다며 비난해 왔다.

▽제대로 효과 볼까=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과 시리아의 연간 교역규모가 3억달러에 불과해 제재 효과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측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바논 일간지 데일리 스타도 과거 25년간의 제재에 이은 새 제재가 시리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리아 외교관들은 입법 조치가 오히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입지에 손상만 입힐 뿐이라고 주장했다. 데일리 스타는 “시리아가 미국 대신 유럽연합(EU)과 경제유대를 강화할 것”이라며 “시리아 내 강경파의 힘만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11일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헤리티지 재단이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맡은 바 책무를 완수하겠다”며 “두 나라의 민주주의는 반드시 성공해 세계 자유의 역사에 위대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면 테러범들에게 미국이 굴복했다는 확신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테러범들의) 미국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게 된다”고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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