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마하티르 잇단 反유대인 발언 속내는…"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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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유대인은 오만하다”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잇단 반(反)유대 발언은 뒤집어 보면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전략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사진)은 21일자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독재자이긴 하나 멍청하지도 무식하지도 않은 빈틈없는 정치인”이라며 그의 증오에 찬 발언을 읽는 법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다음은 요약.

마하티르 총리는 문제가 된 몇 마디를 빼면 연설 대부분을 이슬람교 개혁을 염두에 두고 이슬람교의 해석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이슬람 교리로만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엄격한 해석 때문에 과학 의학 등의 발전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진짜 의도한 말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반유대주의를 끼워 넣은 것은 국내 정치상황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세력에 실질적 보상 외에 수사적 만족감을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그가 아시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난했던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 소수 화교의 경제적 팽창이 절실했던 때로 다수 이슬람의 불만을 희석해 줄 비난의 대상(IMF)이 필요했던 것.

어쨌든 이런 감정적 수사에서 공격 대상이 될 정도면 동남아시아와 이슬람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슬람에 대한 전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떠나서 정책의 실패인 셈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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