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版 새만금’ 빅토리아만…법원 ‘매립중단’ 기각 논란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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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항(港)이 빅토리아강(江)으로 전락할 처지다.’(홍콩 환경단체)

‘매립으로 교통적체를 해소해야 금융허브를 유지할 수 있다.’(홍콩 행정부)

홍콩이 북쪽 해안에서 벌이고 있는 바다 매립사업을 두고 떠들썩하다. 센트럴(中環)지구와 완차이(灣仔)지구를 잇는 23ha의 바다 매립사업이 일대 바다를 오염시키고 경관을 해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법 제정 유보 이후 어렵사리 주민들의 인기를 회복해온 행정부로서는 또다시 악재를 만났다.

갈등은 6일 홍콩고법 원송(原訟)법원이 ‘내년 초까지 매립공사를 잠정적으로 중지시켜 달라’는 ‘보호해항협회’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마이클 하트먼 판사는 “공사가 초기 단계여서 본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는데다 환경단체의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부는 공사 중단으로 하루 12만8000달러의 세금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업체들은 바다 속 진흙을 준설하고 해저에 대형 쇠파이프를 박아 넣는 초기 공정을 진행하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작업을 중단해왔다.

그동안 환경단체의 입김에 밀려 다른 4개의 매립계획을 백지화했던 행정부는 교통적체를 해소할 수 있는 센트럴∼완차이 매립계획만큼은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

반면 보호해항협회는 “손실은 모두 합쳐 7700만달러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피해규모를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린피스 중국지부 역시 “수은 크롬 등 해저에 깔려있던 중금속이 확산돼 해저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에 수긍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5일 센트럴 지구 내 퀸즈 선착장에서 3000명의 지지자를 동원해 공사저지 시위를 벌였고 공사 재개시 강력한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법원의 우호적 판결에 힘입어 행정부는 일단 공사 강행의지를 비쳤다. 그러나 마이클 쉔(孫明揚) 주택기획토지국 국장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일단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준설공사만 시행할 것”이라며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는 모습. 외신들은 홍콩 종심(終審·대법원격)법원이 12월 완차이 매립계획 추진과정이 현행법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라며 하트먼 판사 역시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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