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체유기 CCTV에 '딱 걸렸어!'

  • 입력 2003년 8월 12일 16시 35분


12일 새벽 3시40분경 인천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11지구대 당직실.

인천공항 하이웨이 교통센터로부터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영종대교에서 쓰레기를 투기하고 있는데 수상하니 출동해 달라"는 긴박한 무전이 들어왔다.

당직근무중이던 강모 경사와 오모 경장은 곧바로 신고현장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공향방향 10.9km 지점으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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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경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무전을 받는 순간 '외국인도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나?'라는 의문과 함께 현장분위기를 상상하는 순간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전해져왔다"고 말했다.

두 경관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5분뒤인 3시45분경.

현장에는 외국인의 것으로 보이는 프라이드 승용차의 트렁크가 열려있고 공항고속도로소속 직원 2명이 40대로 보이는 건장한 외국남자를 붙잡아 놓고 있었다.

직원들은 "이 사람이 다리 밑으로 뭘 버렸는데 수상하다"고 말했다.

다리 아래로 플래쉬 불빛을 비추니 외국인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비늘봉투 같은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강 경사는 외국인의 신병을 확보한 채 다리위에서 기다리고 오 경장이 곧바로 더듬거리며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원래 바다였던 다리 밑은 최근 공항철도 연결공사를 위해 흙으로 매립해놓은 상태.

오 경장은 “투기 지점에 다가가니 30대로 보이는 백인 여성의 하얀 살이 비닐봉투 속으로 보였다”면서 “사체는 엎어져 있었는데 손과 팔 등을 만져보니 경직되지 않아 죽은지 오래돼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 경장은 곧바로 다리위로 돌아와 전문감식 요원에게 연락을 취하고 공항에 통역요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체포에 앞서 미란다 원칙을 말해주기 위해서다.

약 10여분 뒤 통역요원이 도착해 사체유기 혐의를 알려주고 수갑을 채웠다.

당시 이 외국인은 "버린 것은 사체가 아니라 차를 고친 쓰레기"라면서 "나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오 경장은 "외국인은 사체를 버린 장소가 최근에 매립됐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바다에 버렸으니 우리가 증거를 찾지 못할 것으로 믿고 쓰레기라고 우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피의자의 신속한 현장검거가 가능했던 것은 인천공항 하이웨이 교통센터의 폐쇄회로TV에 찍힌 외국인의 쓰레기투기(사체유기) 모습을 수상히 여긴 공항 직원의 신고 때문.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사체를 버린 사람은 미8군 소속 현역소령(45)이며 숨진 여자는 자신의 부인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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