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탕감차관 5억4000만달러 국민이 부담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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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깎아주기로 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협력 차관 이자 6억6000만달러 가운데 5억4000만달러를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재정경제부는 외국에 빌려준 빚 가운데 다른 나라의 탕감 선례가 있고 국익(國益)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체금과 이자를 면제해줄 수 있도록 국가채권관리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재경부는 개정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며 이견이 없으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현행법은 이행기간으로부터 10년이 지나도 채무자가 자금능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갚을 가능성이 없을 때에 한해 연체금과 이자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대러 경협차관에 대한 이자를 탕감할 수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정부는 1991∼93년 옛 소련에 빌려준 은행차관(10억달러)과 수출입은행의 소비재차관(4억7000만달러)의 원리금 22억4000만달러 가운데 6억6000만달러를 깎아주기로 6월 20일 러시아와 합의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은행차관의 원리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줬다”면서 “탕감액 가운데 5억4000만달러는 정부가 은행단에 대신 갚아야할 몫”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단은 러시아가 은행차관을 갚지 않자 지난해 초 한국 정부에 원리금 15억9000만달러를 대(代)지급토록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협상 등을 이유로 대지급을 두 차례에 걸쳐 올해 9월 7일로 연기했다.

이 당국자는 “일정상 올해 9월 7일에도 대지급하기가 어렵다”면서 “올해 법을 바꾼 뒤 내년에 국채를 발행해 대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한국이 러시아와의 경협을 통해 얻은 실익(實益)과 앞으로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감안할 때 6억6000만달러를 탕감해주는 것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학) 교수는 “옛 소련에 대한 지원이 은행차관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외교적 필요에 따라 지원이 필요할 때는 기금 등을 통해 직접 지원하고 사전에 국민의 충분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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