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빈곤의 덫’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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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온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이 경고했다.

에이즈 등 질병으로 생산 인력이 줄어든 데다 인적 자본이나 기타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자금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회복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 ‘빈곤의 덫’에 빠졌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칼럼을 통해 “1990년에서 2001년 사이 세계적으로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극빈층의 비율이 30%에서 23%로 줄었지만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극빈자 비율이 47%에서 49%로 늘었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 근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케냐는 고작 360달러 정도다.

이 지역 14개국의 5세 이하 영유아 사망률은 1990년 고소득 국가의 20배였지만 2001년에는 25배가 됐으며 ‘인간개발지수’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인간개발지수는 1인당 소득, 기대수명, 교육수준 등을 종합 평가한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4000만명의 아프리카인이 만성적인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또 이들 나라는 한때 성장세를 보이다가도 내전 등 정치 불안정에 휩쓸리기 일쑤다. 코트디부아르는 20년 전만 해도 경제 성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지만 현재는 잦은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

14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에이즈 국제회의에서 세계은행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남아프리카 지역 경제가 4세대가 지나기 전에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에이즈는 다른 질병과 달리 어린이나 노인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주 희생자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인적 자본을 크게 손상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 지역의 에이즈 환자는 총 294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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