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결의안' 안보리 9개국 곤혹…"O냐 X냐"

  • 입력 2003년 2월 26일 18시 20분


미국 영국 스페인이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을 사실상 승인해달라는 새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함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정해야 하는 안보리 이사국들이 고민에 빠졌다. 어느 쪽이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지지해야 하고, 5개 상임이사국 중 거부권(비토)을 행사한 나라가 없어야 한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이라크에 몇 개월의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메모 형식의 제안서를 내며 즉각 반대에 나섰고 중국도 사찰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은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중국 러시아를 기권시키고, 비상임이사국 중 적어도 7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비상임이사국 중 스페인은 명확히 찬성표. 불가리아는 공개적으로 미국 지지를 밝힌 바 있지만 최근 목소리가 낮아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되려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려면 프랑스와 관계가 좋아야 하기 때문.


반대 입장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시리아와 파키스탄이다. 안보리 이사국 중 유일한 아랍 국가인 시리아는 “무력을 승인하는 결의안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파키스탄은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25일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모호한 표현을 했다.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기니는 미국보다 프랑스의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2위의 산유국 앙골라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석유 확보와 전후 이라크 재건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 미국이 로비를 통해서라도 앙골라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남미권인 멕시코와 칠레는 경제협력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 등을 돌리기 어려운 처지다. 자유무역지대 협정으로 미국과 경제적인 연동성이 커졌기 때문. 그러나 국내의 강한 반전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은 ‘부동표(浮動票) 국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력을 구했으며, 국무부 관리는 앙골라 카메룬 기니 순방에 나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러나 이들 국가의 속내는 “‘모 아니면 도’의 결단을 내릴 필요가 없도록, 이라크의 극적인 무장해제 등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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