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인질극 107일만에 러 문화회관 뮤지컬 재공연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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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공연 도중 일어난 체첸반군의 인질극으로 170명이 희생되면서 공연이 중단됐던 러시아 뮤지컬 노르드오스트(북동풍)가 107일 만에 같은 극장에서 재공연됐다.

9일 모스크바 남부 두브로프카 거리의 돔 쿨트르이(문화회관). 강제진압 당시 폐허가 됐던 무대는 말끔히 단장됐고 1000여석의 객석도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 알렉산더 버슈보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부부 등 저명인사들로 꽉 찼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와 입구의 금속 탐지기 등이 끔찍한 사건을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몇몇 생존자들은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자리’에 앉아 그날 끝까지 보지 못했던 공연을 마저 보았다. 당시 살아 남은 30여명의 배우도 다시 무대에 섰다.

버슈보 대사는 “이번 공연 재개는 테러리즘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프로듀서인 게으르기 바실리예프는 “새 작품을 더 생동감 있게 꾸몄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도 공연 재개를 위해 재정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들이 모스크바 시정부를 상대로 한 총 6000만달러(약 72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아직도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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