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서방 ‘소리없는 우주전쟁’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38분


코멘트
《지난해 12월 30일 0시40분(현지시간) 중국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 4호를 실은 창정(長征)2호 로켓이 굉음과 함께 오렌지빛 불꽃을 내뿜으며 밤하늘로 힘차게 치솟았다. “중국 무인우주선이 발사됐다. 그 움직임을 계속 감시, 추적하겠다.”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우주사령부는 즉각 펜타곤(미 국방부)에 이 같은 내용의 긴급 전문을 띄웠다.》

선저우 4호는 발사 순간부터 지구궤도 진입 때까지 미 군사위성→지상 레이더→우주감시센터에 의해 그 움직임이 낱낱이 포착됐다. 러시아도 바이코누르 위성발사센터 등의 20여개 우주감시통제소를 즉각 가동했고, 프랑스도 적도 기니의 위성감시센터 등에 비상을 걸었다.

5일 오후 6시27분 선저우 4호가 지구궤도를 108회 선회한 뒤 네이멍구(內蒙古)로 귀환하기까지 중국과 서방간에는 치열한 우주 첩보전이 전개됐다. 특히 선저우 4호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해독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이를 전부 코드(암호)화해 우주선의 비밀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중국, 그것은 ‘소리 없는 우주전쟁’이었다.

발신 전파를 해독하게 되면 우주선의 정확한 궤도와 자세, 중량, 수명은 물론 내부구조 및 상태, 탑재장비까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시(戰時)에는 교란전파를 발사해 우주선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

선저우 4호는 특히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우주 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서방을 경악케 했다. 선저우 4호는 지구궤도 진입 후 자체 추진력을 통해 우주선을 거꾸로 뒤집어 자세를 변환하고 일시적으로 궤도를 이탈하는 등의 원격 제어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미국이 MD의 최종단계로 구상하고 있는 우주에서의 위성 요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 특히 선저우 4호는 우주선에서 ‘미끼’를 내보내 공격 목표를 혼란시키거나 자신의 위치를 감출 수 있으며, 중국은 앞으로 위성 자체에 무기를 장착해 적국의 위성 등을 공격할 수 있는 가공할 기술 수준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4일 선저우 4호 발사에 얽힌 이 같은 비화들을 소개하면서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머리 위에서 다른 나라 위성들이 마음대로 지나다니는 것을 쳐다만 보는 약자가 아니며 이제 이들을 제압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자부했다.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