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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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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라크는 ‘펄쩍’ 뛰고, 망명지로 거론되는 나라들 역시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서방과 일부 아랍계 언론의 보도가 구체적이어서 그 가능성을 완전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지적. 미국 행정부도 ‘조건 없는’ 후세인의 퇴진은 환영한다는 입장.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명분이 ‘대량살상무기(WMD)의 해체’였던 만큼 후세인 개인의 축출만으로 당장 전운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30여년간 철권통치를 휘둘러 온 그의 퇴진은 권력의 진공상태를 만들어 새로운 중동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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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망명 가능성을 국제사회에서 첫 공론화한 곳은 미국의 AP 통신. 지난해 12월30일자 기사에서 익명의 요르단 외교소식통을 인용, “아랍 지도자들이 후세인의 해외 망명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AP 보도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 파이잘 외무장관은 “중동 지도자들이 여러 차례 후세인에게 전쟁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해 그가 망명을 종용해 왔다는 해석을 낳았다.
AP에 이어 2일엔 이란의 엔테카브지(紙)와 테헤란 타임스가 미국이 전쟁을 하지 않고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는 방안을 러시아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일에도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후세인과 담판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러시아의 망명 중재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한술 더 떠 후세인의 망명처로 러시아와 벨로루시 이집트 리비아 모리타니를 거론하고 나섰다.
▽망명할까=후세인 대통령이 망명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에 가깝다. 후세인 대통령 일가는 이라크 사회의 상부구조를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리가 없다. 후세인 개인만 망명할 수도 있으나 그의 세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랍 전문가들의 분석.
후세인 일가가 모두 함께 망명한다면 이라크 사회는 힘의 구심점을 잃고 진공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친미(親美)정권의 수립을 노리는 미국으로선 우려할 만한 사태다.
후세인은 이란과 전면전을 치르던 1982년 아야톨라 호메이니 이란 최고지도자로부터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한 측근이 “전술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자”고 진언하자 후세인은 그를 총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세인의 공보비서를 지내다 망명한 사바 살만은 “후세인은 마지막 순간 자결할 총알을 가지고 다닌다”며 ‘후세인의 성격에 비춰’ 망명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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