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서분단시대' 막 내렸다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8시 39분


“유럽의 분단은 끝났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2,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이렇게 선언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동유럽 10개국의 2004년 EU 가입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2차대전 이후 지속됐던 유럽의 동서 분단구조를 완전히 해체했다. 서유럽의 국가 블록에 머물렀던 EU는 명실상부하게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연합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 회의는 또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적 동반자관계 구축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의 NATO 군사시설 사용과 양자간 작전계획 공유가 가능해져 유럽을 하나의 군사동맹으로 묶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 초 유로화 도입에 이어 유럽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서 ‘하나의 유럽’으로 향하는 거보(巨步)를 내디딘 셈이다.

▽세계 최대 단일시장 탄생〓이번 회의가 EU 확대를 최종 승인함으로써 EU의 영역은 지금의 4분의 1이 더 늘어나고 인구는 3억7000만명에서 4억4500만명으로 증가하게 됐다. 인구 4억1600만명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이 탄생하는 것.

가입 조건과 관련, EU는 신규 회원국에 2004∼2006년 404억2000만유로(약 48조504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신규 가입국 가운데 국가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을 들어 더 많은 지원을 요구, 가입 협상이 결렬 직전까지 갔었다. 결국 EU의 최대 재정 공여국인 독일이 폴란드에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추가 지원키로 함으로써 돌파구가 마련됐다.

▽유럽의 독자 방위력 강화〓EU와 NATO의 합의에 따라 EU가 내년에 창설할 6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은 NATO의 인프라를 사용, 발칸반도 평화유지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수주일 내에 EU군이 NATO군으로부터 마케도니아 평화유지 임무를 이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또 보스니아에 주둔 중인 NATO군을 대신해 평화유지 활동을 담당할 의사도 천명했다.

EU와 NATO는 10월 군사적 동반자관계 구축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으나 NATO 회원국인 터키가 반대하면서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터키가 이를 EU 가입 문제와 연계하려 했던 것. 그러나 이번에 터키의 EU 가입이 가닥이 잡히면서 군사 협력 문제도 정리됐다.

▽‘뜨거운 감자’ 터키〓터키의 EU 가입은 이번 회의에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당초 2005년 7월을 터키의 가입협상 개시일로 제시했던 EU는 이번에 협상 개시 시기를 2004년 12월로 앞당겼다.

대(對) 이라크전 수행 시 터키의 군사기지 사용을 원하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EU 정상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터키의 가입 협상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로비를 벌였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등은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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