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가입 1년]외자유치-무역흑자 ‘순항’…개방 ‘난항’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14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결국 중국 토착기업들은 전멸할 것이다.” 지난해 중국 내 베스트셀러였던 ‘13억의 충돌’이 줄곧 강조해온 메시지다. 15년 동안의 험난한 협상 끝에 가입을 결정한 베이징(北京)의 개혁·중도파 지도부와 달리 보수논객들은 시장개방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와 우려를 쏟아냈다. 11일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 열린 WTO 연차총회에서 회원국들은 중국 정부의 1년간 약속이행 조치에 토를 달면서도 ‘합격점’을 줬다. 각각 500억, 300억달러에 이를 올해 외국투자액과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베이징 지도부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남은 시장개방 일정은 가입 원년보다 훨씬 가혹하다.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대)에서 선출된 새 경제팀의 경제조절 능력도 주룽지(朱鎔基) 총리만 못할 것이란 평가다.》

▽더욱 가혹해질 개방일정〓가입 후 8년 동안 매년 개방약속 이행을 점검 받는 WTO 회원국은 중국 뿐이다. 개방조건이 집요하고 일정 역시 가혹해지는 만큼 중국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중국측 개방일정을 보면 대부분 가입 후 5년 내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외국은행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위안화 직접 취급 영업은 ‘가입 2년 내 중국기업, 5년 내 일반 서민대상’으로 허용하는 식이다.

중국은 올 1월부터 약 5000개 품목의 수입관세율을 낮춰 평균 관세율이 지난해 15.3%에서 12%로 낮아졌다. 그러나 개방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미칠 것에 우려, 금융 및 서비스산업 분야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지난달엔 일본의 다이이치보험과 독일의 겔링보험이 결국 규제 때문에 중국시장에서 철수해버렸다. 이 분야의 남은 개방일정은 이제 더욱 빠듯해졌다.

▽시험대에 오를 ‘16대’의 경제조절 능력〓가입 후 1년 동안 외국인 투자는 전년보다 20%가량 늘었다. WTO가 중국경제에 줄 충격을 외국기업인들이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관세장벽이 낮아졌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보다도 100억달러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중국경제가 WTO체제 안에서 순항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는 16대에서 “2020년 국내총생산을 2000년의 4배로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중국경제가 매년 7% 이상씩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 금융처럼 파장이 큰 분야를 개방해가며 달성하기엔 벅찬 목표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자동차 수입쿼터처럼 적절한 비관세 규제를 강화하거나 △반덤핑 관세부과 등 보복절차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WTO 가입 전 연평균 3건이었던 중국의 반덤핑조사는 가입 후 10개월 사이에 9건이나 벌어졌다.

무엇보다 개방과정에서 더욱 불거질 부실채권 해소나 국유기업 개혁 등이 난제 중의 난제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 이상의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선 정부가 더욱 재정지출에 의존하게 되고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재정분야까지 자칫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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