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세계 박람회 유치]4세대 지도부 힘실려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00분


“상하이(上海) 세계박람회 유치의 성공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 향상, 공산당 중앙과 전체 인민의 각별한 노력의 결과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4일 사설에서 이같이 평가하고 “21세기 20년 간의 전략적 기회를 잘 활용해 샤오캉(小康·의식주가 해결된 중등생활) 사회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위해 적극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국가정책과 관련한 주요 선전활동이 있을 때면 으레 그렇듯이 이날 인민일보 사설은 중국 주요 언론에 일제히 실렸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상하이 세계박람회 유치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기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에 이어 ‘경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박람회마저 개최함으로써 국운(國運) 융성에 따른 국가적 자부심을 국민에게 불어넣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20여년간의 개혁 개방으로 사회의 민주화 욕구와 이에 따른 정치체제 개혁의 압박을 느껴왔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로 국민 통합을 유지할 수 있는 화두(話頭)를 계속 확보하게 됐고, 양대 행사를 바탕으로 한 ‘경제 우선 정책의 추진’과 ‘중화 민족주의의 고양’으로 집권당으로서의 발판을 더욱 굳힐 수 있게 됐다.

이를 입증하듯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4일 새벽 ‘우리는 마침내 성공했다’, ‘상하이엔 축하를, 조국엔 축복을’, ‘중국 인민은 일어섰다. 중화 민족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네티즌들의 글이 쇄도했다.

아직 국정 수행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 4세대 지도부로서도 이번 상하이 세계박람회 유치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를 비롯한 새 지도부로서도 출범 18일 만에 국민적 ‘선물’을 안겨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구도를 본다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비롯한 집권 상하이방(幇)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중앙 정치무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대)에서 9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5명이나 진출한 상하이방이 2007년 17대에서도 온존할 가능성이 높다.

또 장쩌민-주룽지(朱鎔基)-우방궈(吳邦國)-황쥐(黃菊)로 이어지는 상하이시 서기들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출 관례가 천량위(陳良宇) 현 상하이시 서기에게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천 서기는 상하이 시장을 맡은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서기에 임명된 데 이어 16대에서 정치국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이번 세계박람회까지 유치함으로써 5세대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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