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쇄 저격사건]軍정찰기까지 투입 ‘수색작전’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36분


미국 경찰관들이 9번째 저격 희생자가 발생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폴스처치의 주택용품 체인점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 - 폴스처치(미 버지니아주)AP연합
미국 경찰관들이 9번째 저격 희생자가 발생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폴스처치의 주택용품 체인점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 - 폴스처치(미 버지니아주)AP연합
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 주변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연쇄 무차별 저격사건으로 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가운데 주민들의 정신적 공황상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일 밤(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폴스처치의 주택용품 체인점 주차장에서 피격돼 숨진 린다 프랭클린(47)은 워싱턴 소재 연방수사국(FBI) 본부에서 정보분석을 담당했던 여성 요원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는 테러와 무관한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범인이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은 것 같지는 않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군의 지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15일 저녁 FBI의 요청에 따라 군 정찰기 등 장비를 수사팀에 지원키로 결정했다.

국방부가 투입하는 정찰기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북한군의 통신을 도청,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사용하는 DHC7기로 워싱턴 주변상공을 정찰하게 된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4개의 터보프로펠러엔진을 갖춘 이 전천후 정찰기는 고화질의 영상이미지를 제공하는 특수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에 동원했던 프레데터 무인정찰기와 해군의 P3 오리온 초계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DHC7기가 정보수집 능력이 더 나은 데다 외관이 민간 항공기와 비슷해 식별이 잘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DHC7기로 결정했다.

이 정찰기는 범인이 총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총구의 섬광을 감지할 수 있고 지상과의 교신을 통해 사건 현장 부근에서 범인의 차량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어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선 1878년 제정된 포세 코미타투스 법령에 따라 국내 수사에 군을 동원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정찰기에 FBI 요원을 탑승시켜 수집한 정보를 지상의 수사팀에 보내는 형식이므로 장비 제공일 뿐 군이 직접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범인의 윤곽과 범행 동기

수사당국은 14일 폴스처치의 사건 현장에서 범인들이 탑승한 흰색 밴 차량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언론은 문제의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피부색으로 미뤄 중동계나 히스패닉계로 보인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외국인이 아닌 미국인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테러라면 범행 후 이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이 나오거나 범행에 정치적 동기 등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연쇄 살인사건은 이 같은 패턴과 다르다는 것.

▽사건의 파장

2일 최초의 저격사건이 발생한 메릴랜드주는 15일 몽고메리, 프린스조지카운티 등에 대해 당분간 시민들의 야외 스포츠, 사격, 사냥 활동 등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총성에 따른 오인 신고 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미국 주유소에선 운전자들이 스스로 주유하는 ‘셀프서비스’ 주유가 일반적이나 워싱턴 일대에선 최근 돈을 더 주고 주유소 직원을 통해 차에 기름을 넣는 ‘풀서비스’ 주유가 크게 늘고 있다. 쇼핑몰도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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