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4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 칼럼니스트 앨런 머레이는 1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시장의 자유와 탈(脫)규제, 민영화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미국식 시장 지상주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유례 없는 고성장 시대를 이끌며 전 세계에 자본주의의 복음을 전파해 왔지만 9·11테러와 기업 회계부정 사태를 겪으면서 급속히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먼저 9·11테러는 안보 문제까지 시장 자유에 맡길 수 없다는 회의론을 싹트게 했다. 여기에 잇따라 터진 엔론과 월드컴 등 대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지상가치인 시장이 결국 기업가들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돼 왔음을 보여줬다. 이제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이상을 전파하는 것과 자본가들의 욕망을 채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기업가들은 이 같은 스캔들이 일부 썩은 사과에 불과한 일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미국식 자본주의의 우상과 같은 존재였던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전 회장마저도 개인 용도로 주주들의 돈을 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전파하는 데 전위 역할을 해온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세계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 개념을 찾고 있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변화기류를 반영하듯 기존에 반(反) 시장적 가치로 여겨져 온 정부 규제 강화와 안보, 빈민층에 대한 관심이 정책의 우선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가치에 대한 투자는 저성장과 부의 제한적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의 자유 수호와 고성장, 부의 지속적인 창출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설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반세계화 시위를 이끈 젊은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논리가 옳았다는 데 환호할 것이지만 이들은 한동안 지속될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은퇴연금을 줄여버린 자신들의 베이비붐 세대 부모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게 될 것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