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해법' 국제사회 갈등

이라크가 유엔무기사찰단 복귀를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이라크 해법’을 놓고 또 다시 강-온 대립의 파열음을 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과 영국은 더 이상 사담 후세인 정권의 속임수에 농락 당하지 말고 유엔이 강력한 새 결의안을 내세워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으나 러시아 중국 독일은 유엔의 사찰을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관측통들은 유엔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개 상임이사국들의 견해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림에 따라 후세인 축출을 목표로 한 미국의 이라크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 온 아랍연맹과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주변 중동 국가들은 ‘사찰 수용’ 결정에 안도하면서 기존의 이라크 공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미국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후세인의 위협에 대처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지금은 유엔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거듭 촉구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과거에도 이라크가 벌이는 이런 식의 게임을 본 적이 있다”면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은 새 유엔 결의안의 형태로 이라크를 압박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역시 이라크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빠른 시일 내에 사찰단 귀환 문제를 해결봐야 한다”면서 “더 이상 새 결의안은 필요치 않다”고 못박았다.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도 “이라크의 결정은 국제사회가 진정 보고싶어 했던 것”이라면서 전폭적인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라크의 ‘사찰 수용’ 결정은 유엔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