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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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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의 사전동의 없이 방북을 결정하는 대담한 모험을 했지만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더라도 국제적으로 ‘위태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워드 베이커 일본 주재 미 대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북한이 1년여간 비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의사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고이즈미 총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원한다고 통보해 왔을 때 통화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몰랐다며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적으로 위험하지만 용감한 일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해 추인했다면서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가운데 일본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미 국익에 더 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아직 일본인 납치사건에 더 관심의 초점을 두고 있는 일본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여론은 이 문제에 관한 진전이 없는 한 북한에 대한 어떠한 양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실패로 간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설사 양보를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고이즈미 총리는 국제적으로 위태로운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일본이 인질범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처럼 비치기를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나라를 상대로 자금 지원을 고려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일본 언론이 북-일정상회담에 앞서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보도했다면서 “양국의 합의엔 수교협상 재개에 관한 협상 일정과 일본이 북한에 최고 100억달러까지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포스트는 또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가 구체적인 결실이 없어 비판에 직면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은 북-일 정상회담이 동북아 지역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NTV는 김 위원장이 회담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주요 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외무부 제1 아시아 부국장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사업은 북한과 일본간 관계 개선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 이번 정상회담에 쏠리는 러시아의 관심을 반영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을 미국과 다른 독자적 외교 행보라고 평가하면서 일본이 대북정책에서도 중국 및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연장 또는 핵사찰단 방문 허용 등 구체적 약속을 얻어낼 경우 올여름부터 서서히 재개 중인 한반도 긴장완화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랍권 최고 권위지인 알 하야트는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화해’의 편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던에서 발행돼 아랍권 전역에 배포되는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이라크가 아님’을 워싱턴에 알리려 한다”면서 “북-일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 김 위원장은 ‘북한은 변했으며 이라크와는 다르다’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