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중립국' 스위스 유엔가입

  • 입력 2002년 9월 10일 15시 13분


'영세중립국' 스위스가 10일 유엔의 190번째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9·11테러 1주년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설 등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가운데 스위스 정부는 유엔 가입을 자축하고 그 의미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자국의 유엔가입을 열렬히 주창해온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미술가 한스 앙리(93)는 "마침내 우리가 껍데기를 벗고 세계 무대에 등장하게 됐다"며 감격했다.

그러나 가입직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AP통신은 9일 스위스의 유엔가입을 코앞에 두고 스위스 국기 모양에 대해 유엔과 스위스간의 양보 없는 공방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정사각형 모양의 스위스 국기가 다른 회원국들의 국기 모양인 직사각형과 다르다며 유엔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던 것. 이에 대해 스위스측은 본래 모양인 정사각형의 국기를 변형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사태는 유엔이 갖가지 규정을 뒤져보고 관례를 살펴본 끝에 스위스 국내법이 국제적 규범보다 우선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일단락 됐다. 두 개의 삼각형을 겹쳐놓은 모양의 네팔 국기도 과거 직사각형의 관례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더 이상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도 정사각형의 국기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되 직사각형 모양의 다른 국기의 작은 변을 넘지 않도록 하는데 동의했다.

스위스 외무부 대변인 대니엘 헤이너는 "우리의 법이 규정한 정사각형 국기를 고수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1948년부터 유엔의 참관인(Observer) 지위를 유지해오다 올해 3월 논란 끝에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찬성 54.6%)로 유엔가입안을 통과시킨 스위스는 10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막된 제57차 정기총회에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가입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스위스는 어떤 군사동맹도 참가하지 않으며 원치 않는 파병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 중립성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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