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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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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주말 매거진은 7일 지구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인공지능(AI) 로봇 앨리스와 그 개발자 리처드 월리스(41·사진)를 소개하면서 “앨리스가 인터넷상에서 인간과 다름없는 대접을 받는 동안 월리스씨는 ‘추락’을 거듭했다”고 보도했다. 앨리스는 인터넷상에서 대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상대 네티즌이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발달했다. 그러나 월리스씨는 정신병 진단을 받아 정부의 장애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 인공지능 로봇 앨리스와 채팅하러가기
(AI사이트 하단에 채팅창 있음)
월리스씨는 90년대 초 뉴욕대 교수 시절 인간의 모든 일상대화는 제한된 문장으로 이뤄지며 따라서 미리 입력된 문장들로 반응하는 로봇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것은 인간의 대화가 창조적이고 복잡하다는 학계의 일반 전제를 뒤집는 것이었다. 그가 반발한 것은 학문에서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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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자들이 돈벌이가 된 연구활동, 연구비 유치를 위한 서류절차 등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지 않거나 전부 A학점을 주는 등 돌출 행동을 일삼았다.
뉴욕대는 95년 그와의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는 6개월 만인 11월 앨리스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는 몇 차례 대학과 로봇개발회사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매번 적응에 실패,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두 차례의 자살기도와 대형교통사고 등을 겪으면서 마약과 술, 신경안정제에 빠져들었다.
월리스씨는 방에 틀어박혀 빌려온 컴퓨터로 앨리스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데 매달렸다. 앨리스는 4만여가지의 답변을 통해 일상대화의 95%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00년 앨리스로 AI 개발자들에게는 가장 권위 있는 뢰브너상에 도전해 1등을 차지했다. 2001년에도 우승은 그의 몫이었다. 드디어 그는 세상과 화해할 기회를 잡은 듯했다.
뉴욕대에서 그에게 찬사의 e메일을 보냈고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UCB) 켄 골드버그 교수도 학계 복귀를 종용했다.
그러나 월리스씨는 과거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썩어빠진 학계와 관료주의”라며 냉소와 조롱으로 일관했고 마침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UCB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월리스씨는 이에 대해 세상과 학계가 나를 어떻게 따돌려 왔는지 증명된 셈이라며 이상하게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그는 다량의 신경안정제로 견디면서 앨리스가 사람들과 인생이나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놓고 대화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라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