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토안보부 전광석화 창설

  • 입력 2002년 6월 9일 19시 17분


40년대 국방부의 창설이후 미국에서 최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평가되고 있는 국토안보부의 창설은 전광석화와 같은 기습작전 속에 단행됐다. 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국토안보부의 창설은 민주당으로부터도 지지를 얻고 있어 이르면 9월중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국토안보부 창설을 준비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보안을 유지했다. 야당인 민주당이나 테러리스트들에게 정보가 샐 것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개혁의 적은 역시 관료이기주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국토안보부 창설안이 극비에 마련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국토안보부가 창설되면 인원과 예산 규모에서 국무부와 국방부 다음으로 서열 3위의 부처가 된다. 문제는 17만명에 이르는 인원과 370억달러(약45조원)의 예산을 기존 부처에서 빼내온다는 점.

처음 국내 안보담당 총괄부처의 창설을 검토한 사람은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 9·11 테러이후 신설된 조국안보국이 100여개에 이르는 국내 안보관련 부서에 대한 감독권조차 없어 자문기구에 불과한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월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이 안을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인원과 예산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존 부처들의 일제 반발로 좌절됐다.

백악관의 수석 의회연락관인 니콜라스 캘리오는 "부처들의 영역다툼으로 리지 국장의 안은 어딘론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3월중순 폴 오닐 재무,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 등 주요장관들을 불러 "관료주의의 명백한 병폐"라고 지적하는 한편 백악관 참모들에게는 "(아무 것도 감안하지 말고) 백지에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소규모 팀이 만들어진 것은 4월 마지막주. 앤드류 카드 비서실장 리지 국장 미첼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관리실장 앨러토 곤잘레스 백악관 법률고문이 중핵으로 참여했다. 5월 첫째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추가됐고 실무팀이 구성됐다. 이 팀의 명칭은 이들이 작업한 백악관 지하의 대통령비상작전센터(PEOC)를 본따서 PEOC 그룹으로 불렸다.

그로부터 불과 한달만에 방대한 규모의 조직개편안이 완성됐다. 지난달 21일 딕 체니 부통령에 이어 하루뒤인 22일 대통령전용기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는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원안에는 연방수사국(FBI)과 국가경비대가 모두 국토안보부 산하에 편입됐으나 부시 대통령의 반대로 빠졌다.

작업 과정에서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사무실에는 티끌도 남겨놓지 않았다. 연막과 기만전술도 동원됐다. 카드 실장은 "의회와 관련 부처에 충분히 자문을 구했지만 그들은 국토안보부 창설을 전제로 물어보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지 국장은 "조국안보국을 자문기구 이상으로 격상시키는 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철통보안으로 백악관에서 '엉클 돈'이라고 부르는 부시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도널드 에반스 상무장관조차 발표전날 밤에야 개편안을 알았을 정도였다.

뒤늦게 부서와 인원을 빼앗긴 장관들은 워싱턴포스트의 코멘트 요청을 거절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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