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피부만 아름답다?…여성운동가들 “인종차별” 발끈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1분


“피부색을 하얗게 만들어 준다는 광고는 피부색 차별을 조장한다.”

말레이시아 여성운동가들이 미백(美白) 화장품 광고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흰 피부는 부의 상징이고 검은 피부는 노역자의 것’이라는 편견과 함께 인종차별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화장품 업계는 “피부색과 아름다움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며 “개인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해석하도록 놔둘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흰 피부〓아름답다’는 편견 탓에 미백 화장품은 아시아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2월 아시안 마켓 인텔리전스(AMI)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 남성 중 말레이시아인 74%, 홍콩인 68%, 대만인 55%가 “흰 피부 여성이 더 매력적이다”고 답했다. 시장조사기관 AC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미백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35% 늘었다. AMI 조사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홍콩, 태국 여성의 3분의 1이 미백 제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운동가들은 무리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한다. 일부 제품의 성분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 1월 홍콩에서 19명의 여성이 중국산 미백 크림을 사용했다가 수은 중독에 걸려 입원했다.

집권 연정 참여당인 ‘말레이시아 인도 의회’ 산하 여성연합은 5월 정기국회에 미백 화장품 광고를 규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여성연합 대표인 자야 파티반 상원의원은 “화장품 회사가 더 이상 아시아의 여심(女心)을 악용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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