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美 중동정책 선회’ 분석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19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방관’에서 ‘적극 개입’으로 선회해 이스라엘에 군 철수를 요구하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현지에 파견한 것은 석유 때문이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중동분쟁이 격화되면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는 세계적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기존의 불개입 정책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석유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부시 행정부 내에는 유독 에너지산업 출신의 관리가 많기 때문에 석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특히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고도 이후 유가 상승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바람에 재선에 실패한 점을 부시 대통령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로 인해 경제가 다시 침체되지 않도록 중동정책이 선회했다는 것.

국제원유가격은 지난해 11월보다 60%나 상승했고 미국의 휘발유가격은 3월 초 이후25.5%나 올랐다.

모건스탠리의 수석경제전문가 스티븐 로치는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배럴당 40달러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현재 예상치인 2.8%에서 1%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의 30일간 석유금수조치 외에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노조의 파업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라크는 각각 네 번째 및 여섯 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원유생산량을 730만∼780만배럴로 조절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250만배럴을 추가 생산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하면 쉽게 유가를 진정시킬 수 있다.

이 신문은 파월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간 지 하루 만인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이 “세계적으로 원유공급에 큰 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점을 주목했다. 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약속에 대한 대가로 아랍에 보다 협조적인 중동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부시 대통령 자신과 그의 외교정책팀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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