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군사재판 지침 인권침해 논란

  • 입력 2002년 3월 22일 17시 41분


미국 국방부는 2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로 붙잡은 알 카에다 테러조직원 등에 대한 군사재판 규정 및 운영 지침을 공개했으나 국제인권단체들과 법학자들이 일부 규정의 인권 침해 요소를 지적하고 나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군사재판위원회에 관한 명령’을 통해 “군사재판위는 전시에 전쟁범죄를 다루기 위한 군사법정”이라고 규정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명령에 따라 설치되는 군사재판위는 알 카에다 조직원과 미국을 상대로 한 국제 테러 관련자, 테러리스트에 대한 은신처 제공자들을 사법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에 따르면 군사재판위는 재판장인 군법무관을 포함, 3∼7명의 장교로 구성되며 피의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반드시 7인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피의자에 대해선 정보기관 등이 수집한 비밀 증거를 직접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변호인들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테러범과 관련된 소문도 증거로 채택할 수 있으며,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반드시 곧바로 석방되지는 않는다. 석방되는 사람이 군사기밀을 테러조직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판결에 대해선 대통령이 지명하는 3인 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도록 하되 독립기구나 민간 법정엔 항소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국방부는 정부 및 민간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해 규정과 절차를 마련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판 규정이 공정하고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면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군사재판위는 사법행정에 대한 신뢰와 법의 지배를 강화하기보다는 이를 심각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도 “부시 대통령의 군사명령은 헌법의 핵심인 3권 분립을 무시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모든 규칙과 절차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이에 대해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제법 전공인 일리노이대 법대의 프란시스 보일 교수는 “군사재판위는 제네바 포로협약에 위배되는 군사법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300명, 아프가니스탄의 미군기지에 252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을 수감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국적이 유럽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유럽국가들은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는 미국의 군사재판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의 공범으로 이미 기소된 자카리아스 무사위(프랑스 국적) 등 2명은 군사법정이 아닌 민간법정에 회부했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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