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한반대 곳곳서 점거농성,집회,성명

  • 입력 2002년 2월 18일 16시 3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18일 각계에서 부시대통령의 방한반대 집회와 규탄선언 등이 잇따랐다.

▽미상공회의소 점거농성= 18일 낮 12시55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무역회관 45층에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사무실에 대학생 30여명이 각목을 들고 난입해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근무중이던 직원 10여명을 밖으로 내보낸 뒤 70평 크기의 사무실을 점거, 가로 2.8m 세로 1.2m 크기의 도로쪽 유리창을 깨 유인물 수십장을 건물 밖으로 던졌다.

이들은 또 깨진 유리창 밖으로 '전쟁책동 무기강매 부시 방한을 반대한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무기를 강매하고 양민 학살을 일삼는 부시의 방한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주한 미국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이 뿌린 유인물에는 부시방한을 반대하는 한총련 청년학생들 이라는 단체명이 적혀 있었지만 이중 '한총련'과 '학생'이라는 두 단어는 검은색 잉크로 지워져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55분경 연세대 4학년 장모씨 등 3명이 먼저 미상공회의소 사무실로 찾아가 이달 27,28일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상공회의소 간부를 강사로 모시고 싶다 고 말했다.

직원들이 난색을 표시하자 장씨 등은 거세게 항의했고 곧 직원들의 신고로 출동한 인근 파출소 직원들에게 연행돼갔다. 그후 5분도 안돼 오후 1시15분경 다른 대학생 25명 정도가 일시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경비중이던 경찰관 2명을 각목으로 때린 뒤 사무실로 진입했다.

이들은 이어 출입문 2곳을 냉장고와 소파 사무기기 등으로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주간지인 한겨레21 과 말 등의 일부 기자들만을 사무실 내로 불러들여 인터뷰를 했으며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에 붙잡힌 장씨 등은 묵비권을 행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즉시 5개중대 경찰력 600여명과 소방서, 경찰특공대 등을 출동시켜 현장을 통제했다.

경찰은 오후 2시반부터 출입문을 가로막고 있던 사무기기 일부를 치운 뒤 오후 3시반경 경찰특공대가 47층 유리창을 깨고 건물밖에서 45층 사무실로, 전경 수십명이 출입문 두 곳을 통해 사무실로 진입해 5분만에 이들을 검거했다.

▽시민단체 등의 성명= 백낙청(白樂淸)서울대 교수와 최열(崔烈) 환경연합 사무처장 등 사회 각계 인사 1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명동 서울YWCA회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 사회 종교계 인사 등 700명이 서명한 '700인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미국은 94년 북미기본합의 의 탈냉전·평화 정신으로 돌아가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를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에 힘쓰는 남북의 노력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재발할 수 없음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한국YMCA전국연맹도 이날 발표한 '한국YMCA 평화선언'을 통해 "미국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철회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당원 15명은 이날 오전 10시 45분경 향토예비군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옆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전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회원 10여명은 오전 11시15분경 미 대사관을 항의 방문했으며 한총련 소속 대학생 13명은 오후 1시경 미 대사관 앞에서 부시 대통령 방한 반대 유인물을 뿌리며 기습 시위를 벌이다 5분여 만에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또 광주 전남지역 대학교수 205명은 이날 광주YMC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과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전쟁 위기와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며 발언 취소 등을 요구했다.

광주 전남 통일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3개 단체는 이날 오후 광주공원에서 부시 방한 규탄대회 를 열고 광주 YMCA까지 평화행진을 벌였다.

또 광주 전남 민중연대 소속 13개 단체 대표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광주역 광장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전북인권선교협의회와 전북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며 "미국은 한반도를 더 이상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터로 이용하려는 악마적 기도를 중단하고 한반도에 참된 평화와 공존이 정착되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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