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6·25때 양민 무차별 학살”

  • 입력 2002년 1월 25일 16시 10분


미국이 한국전쟁 초기 몇 달 동안에 충북 영동군 노근리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민간인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학살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근리 관련 다큐멘터리 ‘모두 죽여라(Kill ’em All)’를 2월1일 방송할 예정이라고 영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업체인 옥터버 필름이 25일 본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특집물은 옥터버 필름이 1년간 미 국방부의 기밀해제 문서들과 피해자의 증언들을 새롭게 발굴해 제작한 것이다. 다음은 보도자료 요약.

“미군 지휘관들은 전쟁 초기 몇 달 동안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상 명령을 반복해서 내렸다. 이는 기밀해제된 미국측 문서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이 문서들에 따르면 미군 지휘관들이 ‘피란민들을 사살하라(shoot all refugees)’ ‘모든 피란민은 페어게임(all refugees are fair game·여우몰이라는 뜻)’ ‘민간인은 박격포를 포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화기를 동원해 산개시켜라’ 등의 명령을 재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쟁법을 위반한 것이다.

1950년 7월 노근리에서 400여명의 피란민(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이 숨졌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 국방부 보고서는 미군이 피란민을 죽였지만 학살 명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 목격자인 한 미군은 지휘관이 ‘모두 쏴 버려’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군도 사살 명령을 중대장이 내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병사는 노근리 사건 하루 전에 다른 피란민 그룹이 미 통제선에 접근했을 때도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다른 학살사건들도 담고 있다. 한국인 생존자들은 미 25보병사단의 작전지역 내의 한 절에 모여 있던 민간인 82명이 학살됐다고 증언했다. 그 중 25명은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이었다. 또 미 군함이 한 해안가의 난민캠프에 엄청난 포격을 가해 400명의 민간인들이 숨졌다고 생존자들은 주장했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는 무차별적인 학살을 명령한 명령서와 통신문이 모두 빠져 있다. 국방부 관리는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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