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졸도 정말 과자탓인가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20분


《밀가루로 만든 적갈색의 스낵류 과자. 맛이 짭짤해 미국인들은 주로 맥주나 탄산음료와 함께 먹는다. 빵처럼 부드러운 것도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먹다 졸도한 것처럼 바삭바삭한 것도 있다.도 있다. 후자에 속한다.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이다.》

14일 백악관 기자단에는 프레첼(pretzel) 한 상자가 배달됐다. ‘천천히 씹을 것’이라는 쪽지와 함께. 전날 프레첼이 목구멍에 걸려 4초간 졸도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보낸 재치있는 선물이었다.

그는 왼쪽 눈옆 언저리에 졸도 당시 입은 피멍 자국이 남아있는 상태로 기자들 앞에 나타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언제나 얘야, ‘프레첼 과자를 먹을 때에는 삼키기 전에 꼭꼭 씹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어머니의 말씀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졸도당시 머리를 찧어 일어나 보니 애견 두 마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며 농담을 이어갔다.

그런뒤 일정대로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 원 을 타고 일리노이 등 중서부지역 3개주 순방에 나섰다. 건재를 과시한 셈이지만 테러와의 전쟁과 엔론사태의 와중에서 대통령이 정신을 잃은 충격을 일부러 약화시키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미 의학계에서는 ‘혈관신경성 졸도(vasovagal syncope)’는 정상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게 일반적 의견이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윌리엄 래비치 박사는 “피를 보고도 졸도하는 사람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음식물을 삼키는 과정에서 졸도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졸도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고 나이가 55세이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92년1월 일본에서 국빈만찬중 위장바이러스로 3분간 졸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

미 ABC방송의 의학담당 에디터인 티모시 존슨은 “심장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4시간 심장박동을 모니터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대통령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또다른 억측을 유발할 수 있는 추가검진을 일부러 생략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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