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백악관 기자단에는 프레첼(pretzel) 한 상자가 배달됐다. ‘천천히 씹을 것’이라는 쪽지와 함께. 전날 프레첼이 목구멍에 걸려 4초간 졸도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보낸 재치있는 선물이었다.
그는 왼쪽 눈옆 언저리에 졸도 당시 입은 피멍 자국이 남아있는 상태로 기자들 앞에 나타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언제나 얘야, ‘프레첼 과자를 먹을 때에는 삼키기 전에 꼭꼭 씹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어머니의 말씀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졸도당시 머리를 찧어 일어나 보니 애견 두 마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며 농담을 이어갔다.
그런뒤 일정대로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 원 을 타고 일리노이 등 중서부지역 3개주 순방에 나섰다. 건재를 과시한 셈이지만 테러와의 전쟁과 엔론사태의 와중에서 대통령이 정신을 잃은 충격을 일부러 약화시키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미 의학계에서는 ‘혈관신경성 졸도(vasovagal syncope)’는 정상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게 일반적 의견이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윌리엄 래비치 박사는 “피를 보고도 졸도하는 사람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음식물을 삼키는 과정에서 졸도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졸도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고 나이가 55세이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92년1월 일본에서 국빈만찬중 위장바이러스로 3분간 졸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
미 ABC방송의 의학담당 에디터인 티모시 존슨은 “심장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4시간 심장박동을 모니터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대통령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또다른 억측을 유발할 수 있는 추가검진을 일부러 생략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