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민족은행 설립 무산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16분


최근 잇따라 파산한 재일 한국계 4개 신용조합을 인수해 민족계 단일은행 ‘드래곤은행’을 출범시키려던 한국정부의 구상이 끝내 좌절됐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11월 파산한 한국계 최대 신용조합인 간사이코긴(關西興銀) 등 4개 신용조합 매각 입찰을 실시한 결과 한국정부와 민단 등이 중심이 돼온 드래곤은행을 선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최근 한국대사관 측에 통보했다.

금융청과 각 신용조합 금융정리관재인단은 간사이코긴과 교토쇼긴(京都商銀)을 긴키산교(近畿産業)신용조합에 양도하기로 하는 등 드래곤은행을 제외한 기존 한국계 신용조합을 인수기관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금융청은 이달말경 입찰결과를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8일 마감된 4개 신용조합 입찰에는 드래곤은행을 포함, 각각 2∼3개 한국계 금융기관이 응찰했는데 드래곤은행의 입찰가격이 가장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청은 당초 한국정부와 민단 등이 추진해온 드래곤은행이 파산 신용조합을 인수해 클린뱅크(우량은행)로 출범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 다른 신용조합들이 드래곤은행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줄이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 한국계 금융기관은 아직까지 은행 형태는 없고 전국 34개 신용조합 가운데 16개가 파산했으며 남은 18개 신용조합 가운데에도 통합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들 신용조합은 은행에 비해 규모가 적고 부실경영 등으로 교포사회의 금융불안이 계속돼왔다.

한국정부는 지난해말 간사이코긴과 도쿄쇼긴(東京商銀)이 파산한 직후 재일교포 금융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민단 등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새 은행을 설립, 파산 신용조합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교포기업인을 중심으로 8월 말 출자금 167억엔을 납입완료했고 은행장 후보도 결정한 상태. 한국정부도 드래곤은행이 설립돼 재일 신용조합을 인수할 경우 출자금의 절반가량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각 지역 신용조합들이 이에 반대, 개별적으로 파산 신용조합 인수에 나섬으로써 민족계 단일은행 설립구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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