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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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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는 24일자에서 사우디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이 인권을 억압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정치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이들의 후견인임을 자임함으로써 내부의 불만이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 테러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테러 근절의 해법이 이슬람국, 특히 사우디와 이집트의 정치 경제개혁에 있다는 점은 존스홉킨스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나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도 최근 제기했다.
미국의 권위있는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의 잭 비티 편집장도 지난 5일 '테러의 진정한 뿌리'라는 글에서 "미국은 중동정책의 양축을 지역안정과 석유확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나 이집트정권의 반민주적인 정책을 눈감아줌으로써 이슬람인들로부터 분노의 테러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11 테러만 해도 용의자 18명 중 15명이 빈 라덴처럼 사우디 출신이었으며 테러를 지휘한 모하메드 아타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도 이집트 출신이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는 18일 '2002년 세계의 자유 : 민주주의 격차'라는 보고서에서 테러가 빈발하는 이슬람권의 47개국 중에서 민주주국가는 23%인 11개국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슬람권을 제외하고 민주주의로 분류되는 국가가 세계 110개국으로 76%에 달하는 것에 크게 못미친다. 세계 최악의 부(不) 자유국가 10개국 중에도 사우디 이라크 등 이슬람 국가가 6개나 포함됐다. 테러와 민주화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선뜻 이들 국가들에 대해 민주주의를 촉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 민주적 선거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승리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이를 '대안에 대한 두려움'(Fear of The Alternative)이라고 표현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도 미 고위관리에게 "미국이 원하는대로 하면 근본주의자가 이집트를 접수할 것"이라며 이같은 두려움을 자극한 바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사우디에서 민주선거가 실시됐다면 국왕 파드와 오사마 빈 라덴 중 누가 당선됐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따라서 중동 전문가들은 점진적인 정치, 경제의 민주화를 궁극적 해법으로 꼽는다. 터키나 이란처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정치적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극단적인 테러가 빛을 잃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